지난 2009년 3월 한 신인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술접대, 성상납 강요와 구타·감금 등 피해를 당해왔다는 취지의 문건을 남겨 성상납 대상자로 언론계·재계·금융계 고위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결국 술자리를 만든 연예계 인사만 솜방망이 처벌한 채 사건 실체는 묻혔다.
당시 사망한 탤런트 장자연씨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 <노리개>가 9일 언론시사회에 이어 18일 일반에 공개된다.
영화는 앞서 <도가니>, <부러진 화살>에서 첨예한 문제적 소재를 다루는 데 효과적이었던 법정드라마의 틀을 따른다. 해직기자 이장호(마동석)와 검사 김미현(이승연)이 신인 여배우 정지희(민지현) 자살 당시 남겨진 ‘성상납 다이어리’를 추적해 가해자들과 법정다툼을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를 연출한 최승호 감독은 6일 <한겨레>와 만나 “현실에서 권력자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고, 곁가지로 거론되던 연예계 쪽에서만 사법처리를 받는 모습이 아이러니 했다”고 말했다.
외압 논란이 있었고, 민감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배우 섭외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배우는 일정 조율 단계까지 갔다가 “이거 개봉할 수 있는 영화냐”는 부담을 토로하며 출연을 거절했다고 한다. <이웃사람>, <퍼펙트게임> 등에 출연했던 배우 마동석씨가 무보수에 가까운 조건으로 이장호 기자역을 맡았고, 나머지 역할은 대부분 신인급을 기용했다. 소재 자체에 대한 부담 탓에 대기업들이 참여를 꺼리면서 투자·배급사를 찾는 데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최 감독은 “대기업들이 직접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거나 흥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성 짙은 영화에 배급을 꺼리는 현실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그는 “한 투자·배급사가 시나리오를 입맛에 맞게 바꿔주는 조건으로 투자를 제안한 적도 있지만 거절했다”며 “진심이 모독되지 않고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리개>는 18일부터 전국 300여개 영화관에서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