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상회>는 까칠한 고집불통 독거노인 성칠과 이웃집 자상한 할머니 금님의 황혼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여기에 마을 재개발의 유일한 걸림돌 성칠을 설득하기 위한 이웃사람들의 이야기를 배치한다. 성칠의 금님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지만, 금님의 의도가 순수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복선은 영화의 전반을 불안하게 떠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어수선하지 않고, 각기 다른 이야기의 축들이 꼼꼼하게 설계되었다. 노련한 연출에 세련된 연기가 더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반전에 앞서 훨씬 더 마음이 짠하게 흔들리는 것은 이야기의 중심에 단단하게 선 박근형과 윤여정 덕분이다. 특히 주로 품위 있는 회장님 연기를 보여준 박근형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깐깐한 독거노인 연기나 소녀감성이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윤여정이 보여주는 케미는 너무나 귀여워 사랑스러울 정도다. 상업영화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할 토양은 없지만, 언제든 만개한 꽃을 피울 준비가 되어있는 우리나라 중견배우들의 건재하고 알찬 연기를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다. 여기에 작은 역할이지만 충실하게 제 몫을 찾아 임하는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예, 문가영, 그리고 엑소의 찬열 등 젊은 배우들이 촘촘하게 들어차 어수선하지만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