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말라야' 리뷰
아시아투데이 김종길 기자 = 눈 덮인 산에 거친 숨소리가 담긴 발자국이 한 발 한 발 무겁게 찍힌다. 마치 내가 그 산을 오르는 것처럼 시점숏으로 연출된 영화 '히말라야'의 오프닝 시퀀스는 앞으로 펼쳐질 산악 장면의 현장감을 맛보게 하는 동시에 대자연이 품은 슬프고도 따뜻한 인간사를 실제 인물들이 새긴 발자국처럼 천천히 그리고 진중하게 풀어내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숨을 고르고 그들의 고된 여정에 동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히말라야'는 2005년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 박무택(정우)의 시신을 찾기 위해 엄홍길 대장(황정민)이 꾸린 휴먼원정대가 다시 히말라야로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부분으로 나뉜 영화는 초반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을 비롯해 원정대의 살림꾼 이동규 대장(조성하), 박무택의 대학 동기 박정복(김인권), 엄마처럼 따뜻하고 강인한 여성 산악인 조명애(라미란), 엄 대장과 박무택의 연결 고리인 김무영(김원해) 등 주요 등장 인물들을 소개하며 이들 사이에 얽힌 사연을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중반에는 우여곡절 끝에 한 팀을 이룬 이들의 훈련기 및 등반기가 자리하고, 후반은 '휴먼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친 이들의 의미 있는 등반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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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히말라야' 고된 여정에 동행한 만큼 얻어지는 풍경과 감동! |
'국제시장' '해운대' 등으로 감동 코드 영화 흥행에 특출한(?) 제작사 JK필름은 '히말라야'에 다시 한 번 같은 공식을 대입했다. 빤하지만 안정적인 구성을 감동에 이르는 '지름길'로 택하며 전작들이 지닌 분위기 흐름까지 유사하게 가져왔다. 다른 점이라면 감동의 정상으로 오르는 과정이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실화가 지닌 무게감과 진정성을 최대한 가감없이 전하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이러한 의도는 관객들의 영화적 취향에 따라 다른 감상평을 낳을 수 있다. 설경의 수려한 장관과 산악영화 특유의 스펙터클에 더 기대를 건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느린 호흡과 '평양냉면' 같은 심심함은 따분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실화 자체에 오롯이 집중한 관객들에게는 묵직한 감동과 진한 여운이 남을 수 있다.
이 영화의 만듦새는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서사의 큰 줄기는 장르적 관습에 따라 큰 흔들림 없이 뻗어나가지만 이를 보강할 곁가지 이야기 및 설정이 미진해 종종 몰입을 방해한다.
예로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사이의 특별함을 나타낼 만한 설정이나 에피소드가 적다. 고집이 센 성격과 히말라야 16좌 등반 약속 등으로 둘을 엮어놨지만 이 정도로는 후반 엄 대장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휴먼원정대를 결성해 주검이 된 무택을 찾으려는 이유와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극중 조명애가 엄 대장을 향해 "왜 무택이만 챙기느냐?"고 던진 질문에 공감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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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뭐볼까] '히말라야' 고된 여정에 동행한 만큼 얻어지는 풍경과 감동! |
'히말라야'에 감동했다면 그 본류는 황정민·정우를 포함한 배우들의 호연일 것이다. 황정민은 눈물을 가득 머금었으면서도 이를 서둘러 폭발시키지 않는 절제된 연기로 실제 엄홍길 대장을 담담히 표현했다. 정우의 부인으로 특별 출연한 정유미의 존재감도 주목할 만하다.
'히말라야'는 휴먼원정대의 고된 여정에 동행한 만큼의 풍경과 감동을 허하는 영화다. '댄싱퀸'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의 신작으로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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