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대행사’가 수도권 14.1%, 전국 12.7%를 기록, 최고 15.6%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이 꾸준한 시청률 상승 곡선은 예측할 수 없는 전략과 치열한 수 싸움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격렬해지는 사내 전쟁이 시청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보영의 파격적인 전략과 폐부를 찌르는 촌철살인 사이다 대사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에 이보영이 직접 꼽은 명장면을 소개한다.
◆ No.1 시한부 임원 이보영 파격 인사와 개혁 단행_3회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며 유리천장을 뚫고 그룹 내 최초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그러나 이내 곧 자신이 VC그룹의 강회장(송영창)의 막내딸 강한나의 '레드카펫’ 역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잡음없이 다 큰 딸에게 자리를 내주고 싶었던 강회장의 고민을 알아챈 최창수(조성하)가 고아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세웠던 것.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애, 취미 등 사적인 즐거움은 모두 포기한 채 일과 성공에만 매달려 살아 온 고아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분노를 원동력으로 삼아 반격을 시작했다. 그 첫 걸음으로 인사 개혁을 단행했다. 최창수가 장악하고 있던 VC기획 제작팀을 분열시켜 자신의 편을 만들고,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녀의 인사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그녀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6개월 내로 매출 50% 상승 걸고, 결과 못 내면 책임지고 회사 나가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조대표(박지일)의 승인을 얻어냈다.
처음으로 “근본도 없는 애한테 휘둘린” 패배감을 맛 본 최창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고아인을 쫓아가 “한 번 해보자는 거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고아인은 물러서지 않고, 더 독하게 맞섰다. “비바람 불면 알게 된다. 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꽃과 길바닥에서 자란 들꽃의 차이를. 곱게 자란 그 멘탈에 비바람 몰아쳐드리겠다”고 일갈하며, 살벌한 경고를 남겼다.
이보영은 “촬영 초반 이 장면을 먼저 찍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세게 가야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떻게 나왔을지 가장 궁금한 장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조성하 선배님은 악역이라기 보다는 경쟁자다. 나를 제쳐야 대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대립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사실 선배님이 워낙 온화하고 유머러스하신 분이라서 나중엔 강하고 나쁜 모습이 많이 희석돼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는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 No.2 재벌집 막내딸 손나은과 강렬했던 첫 대면_4회
이보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선택한 것은 4회 엔딩, 재벌집 막내딸 강한나(손나은)와의 첫 대면이다. 그녀는 “강한나가 첫 출근했을 때 제가 아주 강렬한 첫인상을 남겨준다. 이 장면만 봐도 고아인이라는 인물이 다른 사람들과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포인트가 다르구나 느껴진다”고 설명하며 “굉장히 재미있게 찍었다. 시청자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인사 개혁을 위한 고아인의 특별 인사 평가는 직원들의 불만도 야기했다. 최창수는 이를 이용해 고아인 상무 해임 결의안을 준비했다. 다시 한 번 위기에 몰린 고아인은 내부의 화살을 외부, 즉 광고주에게로 돌렸다. VC기획 광고주들에게 “금요일 업무지시 후 월요일까지 제출과 광고주 개인적인 업무지시를 거부한다"며 업계에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는 공지 메일을 보냈던 것. 그동안 광고주들의 갑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직원들은 쾌재를 부르며 기꺼이 고아인의 해고철회서에 동의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주님’보다 더 높은 ‘광고주님’을 건드린 뒷감당은 천하의 고아인에게도 버거운 일. 결국 그녀는 “그룹 내 내 편 하나 없는 공주님”인 강한나를 “그룹의 내일을 이끌 차기 부회장”으로 둔갑시켜 자신의 방패막이로 쓸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강한나의 첫 출근 날. 90도 폴더 인사로 환대하는 다른 임원들과 달리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당당하게 눈맞춤을 하며 인사를 나눴다. 게다가 회사생활이 처음인 강한나를 멋모르는 어린 아이 취급하며 “모르는 거 많을 테니 앞으론 물어보면서 일해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시키지도 않은 일 하다가 사고 치지 말라”고 도발했다. 강한나에게 변별력을 심어주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 No.3 우원그룹 기업PR 경쟁PT_9회
상무 자리를 지키기 위해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을 달성해야 하는 고아인. 그녀에게 300억 예산의 우원그룹 기업PR 광고는 절대적으로 성공시켜야 하는 목표였다. 이번 건 뿐만 아니라, 우원그룹 전체 광고를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PT였다.
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이라는 부정적인 이슈를 덮고 긍정적인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기 위한 우원그룹 기업PR 광고의 방향성은 사실 뻔했다. 하지만 업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고아인은 달랐다. 여의도 진출을 원하는 담당 판사에게 정치의 길을 터주고, ‘우원회장 보석 허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진의를 알아차렸던 것. 그래서 경쟁PT 당일 들으나 마나 한 뻔한 기획서를 대충 읊다 지루함이 극에 달하는 시점에 진짜 기획안을 꺼내는 반전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였다. 남들과는 다른 그녀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돋보였던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이보영은 이 장면을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으로 꼽았다. 그녀는 “이 장면이 ‘대행사’의 클라이맥스다. 어떻게 보면 이 장면을 위해 7-8회부터 빌드업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틀에 걸쳐서 심혈을 기울여서 찍은 장면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