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무대를 떠나 있던 주원이 뮤지컬 ‘고스트’ 초연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재연에도 출연한다.
‘고스트’는 1990년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 주연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주원은 영혼이 돼서도 연인의 곁을 지키는 남자 ‘샘 위트’로 분한다.
“‘고스트’ 초연 때 스태프·배우들과의 관계도 좋았기 때문에 행복한 추억이 많아요. 저한테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고 워낙 사랑했던 영화를 뮤지컬화했기 때문에 재연이 돌아오길 굉장히 기다렸어요. 작년 가을에 제안이 들어와 바로 출연 결정을 했죠.”
주원은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막상 공연 날이 되면 긴장하겠지만 아직까진 기분 좋은 설렘만 있다”며 “맘처럼 신나게 놀기 쉽지 않을 수도 있으나 무척 즐기고 싶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어 “실수도 나오겠지만 그것조차 공연의 매력이니까 많이 즐기고 많이 웃고 싶다”며 “우리 공연이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아 설렌다”고 덧붙였다.
“7년 전엔 드라마 ‘굿닥터’를 끝내고 바로 ‘고스트’ 연습에 들어갔어요. 공연을 하면서 영화를 찍어 굉장히 바빴어요. 물론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온전히 공연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이번엔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모두 끝낸 상태고, 공연에 집중하고 싶어서 이후 계획을 잡지 않았어요.”
그는 “초연 땐 내가 샘을 표현하기에 충분치 않은 나이였을 수도 있다”며 “7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치가 있기에 역할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주원은 “배우 스스로 믿음이 있어야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데 감정이나 원동력이 있어야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특히 연기할 때 ‘내 마음에 믿음이 있나 없나’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대본도 굉장히 많이 봐야 해요. 대본이 100% 숙지가 돼야 저한테 믿음이 생기는 스타일이라서 어렵지만 노력하고 있어요.”
주원은 “각자 갖고 있는 장점이 있어 같은 역할의 김우형·김진욱과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라며 “우형이 형의 샘이 우직하고 남자답고 든든하다면 진욱인 남자다우면서도 귀여운 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매력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계속 여러 시도들을 하고 있다”며 “사람이 한 가지 모습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내 모습 중 샘하고 어울리는 모습들을 찾는 시도를 해보면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고 강조했다.
초연에 참여했던 주원·김우형·아이비·박지연·최정원와 새로 합류한 김진욱·박준면·김승대·백형훈 등이 함께하는 연습은 어떨까. 주원은 “기존에 했던 배우들과 새로운 캐스트가 많이 다르다”라며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고 귀띔했다.
“연습실 분위기는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을 같이 이겨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더 똘똘 뭉쳐요. 서로 피해주지 않고 절제된 생활을 해요. 도시락도 싸오고 연습실 안에서 다 해결하다보니까 안 끈끈해질 수 없죠.”
그는 “7년 전에도 막내급이었는데 다시 와도 여전히 막내”라며 “막내일 때가 참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현장”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요즘 공연장 들어가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무대에서 리허설 하는 게 마냥 좋아서 장난도 쳐보고 사람들 앞에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고 전했다.
다시 멜로 연기로 호흡을 맞추는 아이비·박지연에 대해 주원은 “몰입도가 높은 배우들이라서 같이 연기하면 실제 상황처럼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박지연은 상대방을 보고 집중해서 대사를 듣고 느끼려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그날그날 달라지는 호흡에 맞춰 더 줄때도 덜 줄때도 있죠. 아이비 누나는 즉흥적으로 뭔가를 많이 해요. 항상 생각을 많이 하고 시도하는 편이에요. 둘의 다른 호흡이 재미있어요.”
주원은 “‘고스트’가 시대를 관통하는 지점은 사랑인 것 같다”며 “‘사랑과 영혼’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멜로 영화를 보면 후유증이 정말 오래 간다”고 운을 뗐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행위는 다분히 영화적이고 드라마틱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되게 원초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사랑이죠. 모두가 한번쯤은 ‘나도 저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아요. 마음속에 항상 갖고 있는 사랑의 모습을 이 작품이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는 “사랑이라는 공감을 코로나19로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더 확대해서 적용할 수 있다”며 “모두에게 사랑이 필요해진 시기인 만큼 관객들에게 힘과 위로가 돼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탰다.
주원은 “개인적으로 사랑에 관해서 영화를 아주 잘 옮겨 담았다고 생각한다”며 “엔딩은 영화보다 더 강렬하다”고 강조했다.
“저는 ‘고스트’의 마지막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샘이 몰리를 지켜주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에 몰리한테 ‘정말 신기하지 않아? 사랑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라는 말을 하거든요. 그 대사가 굉장히 세게 와 닿아요. ‘고스트’의 주제 같아요. 그러고 나서 퇴장을 하면서 ‘우리 또 만나’라는 대사를 칠 땐 매번 울컥해요.”
어려운 시기에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주원은 “관객들한테 ‘오세요’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슬프지만 우리 공연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지금까지 왔다”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게 부담이긴 하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공연을 하는 입장에서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 이 시기에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관객들에게 더 감사해요. 귀한 시간 내주신 만큼 보상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라고 전했다.